포털사이트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검색하면 두 종류의 기사가 뜬다. 하나는 올해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는 정부발 보도자료이며, 또 다른 하나는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는 사기”라는 장애계 목소리다. 진실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장애등급’이라는 껍데기만 사라질 뿐 장애인의 현실은 지금과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근본적으로는 장애계의 비판이 옳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명령 1호’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선정하고, 당선 이후 실제 장애계와 민관협의체를 꾸려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 논의해갔다....
지난 3월26일, 강서구 특수학교 ‘서진학교’가 들어설 구(舊) 공진초등학교에서 서울 특수학교 설립 추진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장엔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추진비상대책위원회 20여 명이 난입해 폭언을 쏟아부으며 특수학교 설립 반대를 외쳤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지만 이를 주최한 서울시교육청은 꿋꿋이 1시간가량 설명회를 이어나갔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해 9월의 ‘무릎 호소’ 이후 6개월 만에 열린 자리였다. 당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이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을 ...
광장에서 모든 소리가 삭제되면 어떨까. 마치 음소거된 영상처럼. 입을 벙긋거리며 이야기하는 사람들. 어떨 땐 자지러지게 웃다가, 갑자기 주먹 쥐며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공기의 파동으로 열기를 감지할 뿐, ‘나’는 ‘그들의 언어’를 알 수 없다. 수화통역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광장이 농인에겐 그렇게 다가왔다. 9일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안이 가결되고, 10일 축제 같은 7차 범국민 촛불집회가 열렸다. 한 달 반, 한국 사회는 격동의 시간을 내달렸다. 이는 매주 토요일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로 형상화됐다. 200만 시민이 모여...
지난 9월28일, 장애인들이 서울 한복판을 기었다.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농성 1500일을 맞아 각 정당을 돌며 요구안을 전달하는 ‘2박3일 투쟁캠프’ 첫날이었다. 공덕오거리에서 국민의당사로 가는 길, 장애인들이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가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땅을 짚고 한 뼘, 한 뼘 내디디며 자신의 신체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무릎으로 가는 이도 있었다. 손도 무릎도 쓸 수 없는 이는 몸을 동그랗게 굴리며 나아갔다. 기어가다 쉬고, 기어가다 쉬고. 각자 자신의 속도에 맞춰 나아갔다. 이들의...
내가 일하는 공간은 한 장애인야학과 같은 건물을 쓴다. 학령기 때 교육받지 못한 성인 장애인을 위한 교육 공간인 야학엔 장애인시설에서 오래 살다 나온 중증장애인분들이 오신다. 장애유형으로 분류하면 대부분 뇌병변장애인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발달장애인(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통칭하는 용어)이 늘면서 올해엔 이들을 위한 낮 수업이 열리고 있다. 낮 수업은
지난 20일 80대 노모가 입원으로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50대 ‘정신지체’ 형제 중 한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후에 정신장애인으로 확인된 이 사건은 첫 보도 당시 ‘정신지체’ 장애인의 죽음으로 알려졌다.‘정신이 지체됐다’는 부정적 표현이 강하게 내포된 이 단어는 지적장애를 이르는